비도 오고 그래서 그런가. 오늘 낮부터 갑자기 뭔가 비포 선셋을 보고 싶었다. 아마 작년에 반 보다가 재미 없어서 멈췄는데 오늘 따라 왜인지 다 보지 못한 비포 선라이즈가 생각났다. 맛있게 롯데에서 중국음식을 먹고 파인애플과 베리류를 우유에 간 스무디도 먹고 영화를 켰다.
1년전에 본 거라 앞 내용도 제대로 기억도 안나고 오늘 본 나머지 반도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냥 시간도 짧으니까 계속 보고 있는데 갑자기 끝나버렸던 것이다. 일부러 몇 분 남았는지 체크하면서 보지 않았는데 '설마 여기서 끝나겠어?' 하는 장면에서 끝났다. 아 역시 후속편이 있어서 제일 궁금할 떄 끊었던 것인가. 그래서 그 둘은 어떻게 되었지? 라는 생각에 그냥 바로 비포 선셋도 보았다. 다행히도(?) 1시간 짜리고 난 오늘 생리통 때문에 아프니까 영어 공부도 할겸 봤다. 아니 웬걸. 딱 비도 내려서 옆에서 들리는 빗소리도 딱 좋다. 맥주도 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물만 홀짝 마셨다.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이 많다. 무엇부터 쓸까.
오히려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나서 바로 비포 선셋을 보니 재미있었다. 선라이즈에서는 흐지부지 연락하다가 끝날 것이라고 하며 연락처를 주고 받지 않은 그들. 아무것도 모른체 너무 많은 우연이 지나갔고 그들은 연락처를 주고 받을껄 왜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한다. 그게 되게 ㅋㅋㅋㅋㅋㅋㅋ 저 심정 뭔지 알지 암암...그러면서 봤다. 지금 이 순간의 너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우리가 현실로 돌아가면 우리는 그냥 흐지부지 끝나게될 관계라는 것을. 더 가까워지고 싶지만 그냥 어느 여름날의 추억으로 남겨질 것이란 걸. 참 묘한 감정이다. 언젠간 만날까? 싶으면서도 그게 언제일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또 선라이즈에서 같이 비엔나에서 하루 놀자고 여주 꼬실 때 남주가 한 대사가 너 지금 나랑 안놀면 결혼식에서 아 그때 그 미국놈이랑 놀아볼껄...걔가 내 남편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텐데....라고 후회할 수도 있을껄? 이거였는데, 남주가 결혼할 때 여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것도 뭔가 아이러니하게 웃겼다. 그때 하루 놀았어도 연락처 교환안했던 것도 후회하고. 그렇다고 안놀았어도 후회하고. 그렇다고 연락처를 주고받았어도 나중에 둘의 결말이 좋지 않으면 후회하겠지? 이건 비포 미드나잇을 봐야지
선라이즈에서는 사랑에 대한, 인생에 대한 본질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선셋에서는 9년동안 서로를 미친듯이 그리워하던 둘이 우연하게 만나 자신들의 그동안의 삶과 그리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둘다 서로를 그리워 하며 책과 곡을 쓰고 우연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우연을 성사시키기 위한 수많은 노력들. 선라이즈에서는 여주는 남주 옆에 일부러 앉았고 선셋에서 남주는 여주를 만나기 위해 책을 쓰며 파리를 갔고 여주는 남주를 만나기 위해 서점에 갔다. 우연을 가장한 그리움과 끌림.
그리고 계속해서 함께 하고 싶어서 어떻게 든지 같이 있는 둘.
제주도민씨와 놀았던 그 날이 오버랩 되면서 주인공들에 몰입되어 보았다. 하나하나의 대사들에 공감하고 나도 처음 걔를 만났을 때의 감정들이 많이 떠올랐다. 되게 즐겁고 계속 같이 있고 싶은데 뭐 우리둘이 인연인지 뭔지도 모르겠고 관계가 어떻게 발전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 벗어나 여행지에서 나랑 그냥 매력적인 남자랑 둘이서 계속 같이 있는 그 느낌.
아 그리고 선셋도 엥? 이 장면에서 끝난다고??!?!? 하면서 그냥 바로 유튜브 가서 비포 미드나잇 결제했다. 바로 씻고 나와서 봐야지. 그리고 평론가 평들도 봐야지!
잠깐잠깐 생각나는 대사들이 있다. 선라이즈였던 거 같은데, 남주가 여주한테 나 원래 현실에서는 완전 찌질이야. 너 그런 모습 알면 내가 싫어질껄? 그러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되게 나의 옛추억들이 생각나더라ㅋㅋㅋㅋㅋ,,,,, 3월달의 생각들이 나면서 결국 서로의 안좋은 모습까지 보여주고 실망하고,,,영화처럼 그렇게 헤어졌으면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우연히 또 만났었을까? 싶기도 하고